아직도 필자의 부모님 세대는 "소에게 고기 먹이면 소가 미친다" 라는 말씀을 기억하신다. 가끔 필자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소에게 고기를 먹이면 소가 미친다. 소가 미친다... 미친 소다... 미친 소... mad cow...
이렇게 연결되는 생각의 고리를 잠시 들여다 보자.
한국의 역사적 사실을 되돌아보더라도, 필자의 기억에는 동의보감과 같은 유명한 저술 이외에는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 사농공상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을 겪은 탓인가. 일제 강점기는 차치하고서라도, 한국 근대사를 돌이켜 보아도 의학분야의 저술이나 기록이 활발히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찾기는 힘들다. 의학과 생명공학/과학이 큰 발전을 이룬 최근에서야 학계의 논문 수 및 기록 등이 활발해 졌을 뿐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쉽게 말해, 이전에는 노인이 vCJD 에 걸려서 죽어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이는 최근까지 vCJD로 추정되는 CJD 환자의 부검이 한건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1년, 서울대학교 신경과 교수팀이 진단한 vCJD 36세의 환자는 사망 후 가족들의 반대로 부검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출처: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060628120555&Section=) 이는 가족 친지가 사망했을 때, 시신을 훼손하지 않고 고인의 명예를 지켜주려는 한국의 전통 풍습에서 기인한 것이라서, 부검이 쉽지많은 않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대 신경과 김상윤 교수의 말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인간광우병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모르는 것"이라며, "인간광우병이라고 확진하려면 반드시 부검을 해야 하는데 가족의 반대로 끝내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 인간광우병 환자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발병 자체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아무도 모르게 발병해 이미 사망했을 수도 있다"
한국인의 식습관 역시 광우병의 감염에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흔히들 먹는 소 뼈 요리들 (사골, 도가니, 소머리곰탕, 등등등) 과 소 내장 요리들의 재료가 프리온 Prion 단백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부분인 것이다. 물론, 감염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거꾸로, 감염 될 수도 있다는거다.
한국이 광우병에 대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vCJD 로 판정받아 사망한 사례가 한건도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국에는 vCJD 로 사망한 사람이 없으니 광우병에 걸린 소 역시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부검을 하지 않으면 vCJD 로 판정받을수가 없다. 지극히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볼 때, 환자의 behavior 를 토대로 신경계통의 병명을 유추한다는 것은 꽤 어렵다고 생각된다. 부검을 통한 뇌 조직의 형태 및, 면역학적인 실험을 통한 검출 과정을 거쳐야 vCJD가 아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저런 검증자체를 하지 않고서 vCJD 환자가 아니라고만 말하니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앞에서, 소에게 고기를 먹이면 소가 미친다는 옛 말을 했다.
실제로 소에게 고기를 먹여서 미친 소가 나왔기 때문에 저런 말이 생겨났을 거다. 영국의 육식성 소 사료 이야기가 우리 조상님께 전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를 기르다 보면 소에게 애정이 많이 간다. 말 잘 듣는 자식같은 소에게 줄 소 여물을 쑬 때 (지푸라기나 기타 풀을 넣고 끓이는게 여물을 쑤는 과정이다) 소에게 좋은거 먹으라고 고깃점 한점 넣지 않았을까. 그러니 저런 옛 말이 나왔겠지.
소고기가 귀했던 시절, 병든 소라고 해서 버리지 않았을거다. 직접 보진 않았으나 버리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동네사람들 모아놓고 우리집 소 죽었으니 고기라도 한점 떼 가쇼. 하고 인심쓰지, 그냥 파묻지는 않았을 거란 뜻이다.
병든 소 먹고 죽은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다만,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된다.
결론을 내리자면, 한국은 광우병 청정지역이라고 말할 수 없다. 보다 많은 자료와 증거가 vCJD가 발병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 이상, "신을 못봤으니 신은 없다" 라는 주장과 별 다른게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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